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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덕수부터 추경호까지...내란에서만 달라지는 법원 판단
    사회 2025. 12. 3. 12:08

     

    [서드앵글] 3일 오전 4시 50분,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계엄선포 1주년을 맞은 날, 국회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현직 의원의 신병 확보 시도가 또 다시 무산됐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 출범한 이후 주요 인물들의 구속영장이 이해 못할 이유로 기각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사법부 독립성 침해 논란에도 불구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후 선포문 작성 지시하고 헌재 위증한 한덕수 영장 기각

     

    내란특검의 영장 청구 역사는 8월 24일부터 시작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첫 영장청구였다.

     

    한덕수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우두머리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국무총리로서 헌법수호 책무를 외면하고 비상계엄을 방조하며,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한 뒤 이를 폐기한 혐의까지 있었다. 더욱이 헌법재판소에서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단은 일반 상식과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을 결정했다.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이틀 뒤 특검은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사 파견하고 출국금지팀 운용에 교정 시설 수용공간 확보 지시한 박성재도 기각

     

    지난 10월 15일에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박 전 장관은 계엄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국에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검사를 파견하도록 지시하고, 출입국본부에는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교정본부에는 수용 여력 확인과 수용공간 확보를 지시했다는 혐의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을 기가하며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피의자가 취한 조치의 위법성 정도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한달간의 보강 수사 후 박 전 장관의 휴대폰에서 복원된 '권한남용 문건'을 새로운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문건에는 국회의 입법독재를 비판하며 계엄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욱이 특검은 박 전 장관이 문건을 받은 직후 국무위원들과 삼청동 안가회동에 참석한 정황도 추가 제출했다. 교정본부의 '수용여력 점검' 보고서도 새로운 증거로 포함되었다.

     

    그럼에도 법원 결정은 변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월 13일 박 전 장관의 두 번째 영장청구을 기각했다. 판결문에서 남 부장판사는 "종전 구속영장 기각결정 이후 추가된 범죄 혐의와 추가로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보아도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명시됐다.

     

    우원식-한동훈 체포해라 외친 황교안도 영장 기각

     

    11월 14일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다. 황 전 총리는 계엄선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려 내란을 직접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나아가 특검은 황 전 총리가 영장 발부 판사의 이름을 알아내고 이를 공개해 사법질서까지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법원의 기각 사유는 이전과 동일했다.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했으며,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 등 구속사유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계엄 해제 방해 혐의 추경호마저 영장 기각

     

    12월 2일부터 3일까지 9시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 끝에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도 기각됐따.

     

    추경호 의원은 국회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이는 계엄 이후 계엄군의 무력 진압 속에서도 국회가 표결을 강행하려 했던 민주주의 복원 시도를 조직적으로 저지한 행위였다.

     

    특검측은 영장심사에서 741쪽 분량의 의견서와 304장의 PPT 자료를 제출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억수 특검보와 최재순 부장검사 등 7명이 출석했다.

     

    특검은 "무장한 군인이 국회를 짓밟는 상황에서 추 의원은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서 정무수석, 국무총리, 대통령과 순차 통화한 뒤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각을 결정하며 사유를 한 줄로 정리했다. "본건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는 내용이었다.

     

    법원 기각 사유의 일관된 패턴

     

    법원의 기각 결정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표현과 논리가 반복됐다.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표현이다. 구속의 요건으로 반영되지 않는 '실체적 혐의의 다툼 여지'를 마치 구속 불가사유인 것처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구속영장의 요건은 법률에 정의되어 있다. △ 범죄혐의의 소명 △ 증거인멸 위험성 △ 도주 위험성 세 가지다. 법원의 판단이 맞다면,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위험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영장은 기각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판단이 내란 사건에서만 유독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검측이 비판한 바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의 경우 법무부 교정본부 하드디스크가 천공 방식으로 파기되는 등 명백한 증거인멸 정황이 있었음에도 법원은 이를 구속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장관이 국무회의 당시 손짓으로 국무위원들에게 서명을 지시한 CCTV 영상도 추가로 확보됐으나, 법원은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사실관계가 명백한데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구속수사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법원도 사실관계에 대해는 다툼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하며, 법원이 실체적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구속을 거부하는 모순을 지적했다.

     

    사법부의 선별적 판단, 법원 독립성 논란 자초

     

    특검의 주장 외에도 잇따른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그 중 첫번째가 법원이 내란 사건에서만 유독 다른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란 사건 외 다른 범죄에서는 법원의 판단이 이처럼 관대하지 않았다. 증거인멸 염려가 있으면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도주 위험이 있으면 신병이 확보된다. 그럼에도 내란 범죄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라는 추상적 표현을 사용하며 기각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률적인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혐의의 다툼 여지를 구속 사유로 제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앞서 살펴봤듯 구속은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라 △ 범죄혐의의 소명(소명의 정도가 있으면 충분) △ 증거인멸 위험 △ 도주 위험, 이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만족하면 인정된다.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는 재판부가 공소 유지 판단을 할 때 참고할 사항이지, 구속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원이 이를 기각 사유로 반복 제시한다는 것은 법률의 오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선 법원 영장 기각의 책임을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부 지도부 측에 묻고 있다. 일관된 기각 사유 제시가 누군가의 지시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의 내란 관여 혐의자에 대한 잇따른 영장 기각이 판사 개인의 개별적이고 독립적 결정이라고 하기에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명확한 것은 이 같은 법원 결정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는 것"이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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