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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는 했지만 책임은 회피, 쿠팡 김범석의 계산된 이중 행보
    사회 2025. 12. 28. 15:46

     

    [서드앵글]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 한 달 만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사과의 진정성을 믿는 이는 많지 않다. 사과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 기다렸다는 듯 국회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던졌기 때문이다. 반성보다는 ‘법적·정치적 방어막’ 구축에 혈안이 된 김 의장의 행보는 기만적이다 못해 오만하기까지 하다.

     

    28일 발표된 김범석 의장 사과문은 얼핏 전향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정교하게 설계된 법적 방어선이다. 김 의장은 사과의 범위를 ‘소통 부족’과 ‘초기 대응 미흡’이라는 절차적 과실로 한정했다. 보안 시스템의 근본적 부실이나 기업의 실질적 책임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특히 "정부의 지시와 협력"을 유독 강조한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는 향후 법정에서 "회사는 정부 지침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를 펴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즉, 이번 사과는 국민을 향한 참회가 아니라, 미래의 재판관을 향해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고 외치는 알리바이 구성용인 셈이다.

     

    더욱 꼴불견인 것은 사과 당일 제출한 청문회 불출석 사유다. 그는 "해외 거주 및 글로벌 비즈니스 일정"을 핑계로 또다시 국회 증언대를 피했다. 벌써 11번째다. 매출의 90% 이상을 한국에서 올리면서, 책임의 순간마다 ‘글로벌’이라는 허울 뒤로 숨어온 김범석이다.

     

    미 의회 청문회에 불려 나가 진땀을 흘리는 메타의 저커버그나 아마존의 베이조스 같은 진짜 글로벌 CEO들과 비교하면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그리고 이 역시 "여론에는 사과하되, 위증죄와 법적 책임이 따르는 국회 증언대는 피하겠다"는 비겁하고 계산된 행동으로 해석된다.

     

    쿠팡의 이중성은 한·영 성명서의 뉘앙스 차이에서 극에 달한다. 한국용에서는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대책을 만들겠다"며 책임의 주도권을 정부에 떠넘겼다. 반면 미국용(영문본)에서는 "failure(실패)"를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부각했다.

     

    이는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 규정 위반과 주주 소송에 대비해 "한국 정부의 지시를 따르느라 보고가 늦어졌을 뿐"이라는 방어 논리를 세우기 위함으로 보인다. 심지어 우리 정부가 쿠팡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공개 반박했음에도, 쿠팡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를 자신들의 법적 방패로 소모하고 있다.

     

    지난 국회 청문회 당시 해롤드 로저스 대표를 내세운 ‘언어 장벽’ 전술 역시 구차하다. 한국어 무지를 강조하며 국회의 질문을 무력화하고, 실질적 권한이 없는 전문경영인이 "내가 책임지겠다"고 외치는 모습은 책임 분산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현재 김범석 의장은 세 갈래 길을 걷고 있다. 국민 앞에서는 ‘저자세’, 국회 앞에서는 ‘회피’, 미국 재판 앞에서는 ‘정부 핑계’다.

     

    당연히 이 같은 기만적인 이중 전략은 오래갈 수 없다. 법망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시장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다. 정부의 공식 반박까지 무시하며 벌이는 김 의장의 위험한 도박이 어떤 파국을 맞이할지, 국민은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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