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사이코패스 판정은 어떻게 내려질까?
    사회 2026. 3. 11. 00:36

     

    사진=AI

    [서드앵글] 최근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소영(20)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25점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20대 여성이 이 기준을 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김씨 포함 범죄자들을 어떻게 '사이코패스'로 판정을 내릴까?

     

    기록과 면담의 '교차 검증'

     

    사이코패스 판정에 사용하는 도구는 PCL-R(Psychopathy Checklist-Revised)로 총 4가지 평가 영역 및 기타 영역으로 구성되며 아래는 구체적 평가 항목이다.

     

    1. 대인관계 영역 (Interpersonal)

     

    말 잘하고 겉만 번지르르함 (Glibness/Superficial Charm): 말을 유창하게 하며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깊이가 없음.

    과도한 자존감 (Grandiose Sense of Self-worth): 자신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거만함.

    병적인 거짓말 (Pathological Lying):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며 죄책감이 없음.

    교활함과 속임수 (Conning/Manipulative): 타인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조종함.

     

    2. 정서적 영역 (Affective)

     

    후회나 죄책감의 결여 (Lack of Remorse or Guilt):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함.

    얕은 감정 (Shallow Affect): 감정의 폭이 좁고 진심 어린 감정을 느끼지 못함.

    냉담함과 공감 능력 결여 (Callous/Lack of Empathy): 타인의 감정에 무관심하고 잔인함.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 전가 (Failure to Accept Responsibility):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림.

     

    3. 생활 양식 영역 (Lifestyle)

     

    자극 추구 (Need for Stimulation): 쉽게 지루해하며 위험하고 짜릿한 자극을 쫓음.

    기생적인 생활 방식 (Parasitic Lifestyle): 타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스스로 일하려 하지 않음.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목표 부재 (Lack of Realistic, Long-term Goals): 구체적인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삶.

    충동성 (Impulsivity):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며 자제력이 부족함.

    무책임함 (Irresponsibility): 의무나 약속을 상습적으로 어김.

     

    4. 반사회적 영역 (Antisocial)

     

    부족한 행동 통제력 (Poor Behavioral Controls): 사소한 일에 화를 잘 내고 공격성을 보임.

    어린 시절의 문제 행동 (Early Behavioral Problems): 유년기부터 거짓말, 도둑질 등 비행을 저지름.

    청소년 비행 (Juvenile Delinquency): 10대 시절 범죄 기록이 있음.

    조건부 석방이나 집행유예 취소 경험 (Revocation of Conditional Release): 사회적 제약을 어긴 전력이 있음.

    범죄의 다양성 (Criminal Versatility): 특정 범죄가 아닌 다양한 종류의 범죄를 저지름.

     

    기타 항목

    문란한 성생활 (Promiscuous Sexual Behavior)

    짧고 잦은 혼인 관계 (Many Short-term Marital Relationships)

     

    조사는 일반적인 심리 테스트처럼 피의자가 직접 종이에 답을 적는 방식이 아니다. 전문 교육을 받은 프로파일러가 피의자의 과거 수사 기록, 생활 기록부, 군 복무 기록 등을 샅샅이 분석한 뒤, 직접 대면해 2~3시간 동안 심층 면담을 진행하며 점수를 매기게 된다.

     

    검사는 총 20개 문항으로 구성되며, 각 문항당 0점(전혀 아님), 1점(어느 정도 해당), 2점(확실히 해당)으로 채점한다. 총점은 40점이다. 한국은 보통 25점 이상, 미국은 30점 이상일 때 사이코패스로 판정한다.

    검찰이 신상 공개한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소영. 사진=자료 서울북부지검

     

    실제 면담은 어떻게 진행되나?

     

    프로파일러는 피의자에게 직접적인 질문 대신 유도 질문을 던져 그들의 본성을 끌어낸다.

     

    사례 1: 공감 능력 확인

     

    질문: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기억하나요? 그때 어떤 기분이 들었습니까?"

     

    사이코패스의 반응: 피해자의 고통에 집중하기보다 "그때 그 사람이 너무 시끄러워서 짜증이 났다"거나 "운이 나쁘게 거기 있었을 뿐"이라며 자기중심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사례 2: 교활함 및 조종 능력 확인

     

    질문: "수사관들이 당신을 괴롭히지는 않나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사이코패스의 반응: 상대방(프로파일러)의 호의를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려 하거나, 매력적인 말투로 수사 국면을 전환하려 시도한다.

     

    실제로 이번 강북 사건의 김 씨는 살인 직후 피해자의 카드로 태연히 13만 원어치의 치킨을 주문해 먹는 등 냉담함(Callousness)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점에 가까운 괴물들

     

    한국 역사상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인물은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38점)이다. 40점 만점에 단 2점이 모자란 점수로,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수치다.

     

    이외에도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29점, 또래 살인마 정유정이 28점,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27점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는 '연쇄살인의 대명사' 테드 번디(Ted Bundy)가 대표적이다. 그는 잘생긴 외모와 유창한 언변으로 수십 명의 여성을 유인했는데, 전문가들은 그가 생존해 있었다면 PCL-R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진단의 목적은 '단죄'가 아닌 '방어'

     

    경찰이 사이코패스 진단을 내리는 이유는 단순히 그들을 악마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들의 재범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가석방을 제한하거나, 재판 과정에서 양형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는 치료가 불가능한 인격 장애에 가깝다"며 "이들을 조기에 식별하고 사회로부터 격리하거나 철저히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진단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