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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라 진골의 몰락은 새 시대의 개막의 전조였다사회 2026. 3. 23. 21:31

[서드앵글] 한국 사람들에게 “누가 삼국통일을 했으면 좋았겠냐”라고 질문을 던지면 “고구려”라 답하는 이들이 많다.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해선 외세를 등에 업고 이룬 반쪽 통일이라며, 신라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왜 사람들은 한반도 최초 통일 왕조를 이룩한 신라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고구려의 강역을 그 이후 우리 민족이 되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골품제로 대표되는 신라 사회 특유의 폐쇄성에 반감이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본다.
고구려는 5부 귀족이 백제도 8대 대성이 지배하는 사회였으나, 신라의 권력 쏠림은 이들 국가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김·박·석 단 3성만이 최고직 관료가 될 수 있었고, 언젠가부터는 오직 김 씨만을 위한 나라가 됐다. 박혁거세를 왕으로 추대해 나라를 세운 6부 촌장의 직계 후손들은 6두품이란 신분제의 벽을 천 년 동안 넘지 못했다.
그래서 드는 의문이 한반도 동남쪽에 위치해 지리적으로도 유리할 게 없고 가장 폐쇄적인 사회였던 신라가 어떻게 삼국 시대를 끝내고 우리 역사상 가장 장수하는 나라로 남을 수 있었냐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 씨에 의한 극단적 권력 편중을 그 오랜 세월 동안 신라인들은 어떻게 감내했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학계에선 극단적 폐쇄성이 오히려 권력층 내부 결속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 본다. 나라의 운명을 가문의 위기와 동일시 한 진골 귀족들이 정권 유지를 위해 강력히 연대했고 사회를 통제했다는 주장이다.
신라인들이 신라 왕실의 정통성을 신성시했다는 의견도 있다. 왕족을 하늘이 내린 성스러운 혈통으로 보고 종교적 관점에서 이를 우상시하다 권력 유지가 수월했다는 견해다.
일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관창과 반굴 등 화랑들의 희생이 지배층의 솔선수범 사례로 포장돼 체제 유지에 정당성을 부여해 줬다는 의견이다.
그랬던 신라의 몰락 과정은 여타 왕조와 쇠락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덕왕 이후 신라는 지배층 내부 권력 다툼이 극에 달했다. 약 150년간 20명이 넘는 왕들이 등장했고 왕궁에선 암살과 역모가 일상화됐다.
전국 각지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났음에도 진골 귀족들은 나랏일은 뒤전인 채 향락에만 몰두 했다. 왕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왕이 가장 부패했고 무능했던 게 당시 신라였다.
6두품의 정치적 소외도 신라 패망 원인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된다. 최치원으로 대표되는 인재들이 중앙 권력에서 배제됐고 새로운 인재 수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갑작스레 신라 이야기를 꺼내든 건 광복 이후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에서 호의호식 해온 수구 기득권 세력의 최근 작태가 신라 말기 진골 귀족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해방과 함께 친일·반공·지주 3각 권력이 손을 잡고 형성된 수구 기득권 세력은 그들만의 이너서클을 만들고 반세기 가까이 이 땅을 지배했다. 그 과정에서 진골들처럼 권력 유지를 위한 상호 연대를 강화하고 가끔 사회적 책임을 지는 듯한 모습도 보여줬다.
그리고 최근 이들은 신라말 진골 귀족들처럼 자기밖에 모르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빠르게 몰락 중이다. 특히 정치권 내 수구세력들은 국가 중대사는 뒤로 한 채 보신에만 치중하며, 얼마 남지 않은 권력이라고 차지하기 위해 어제의 동지와 불구대천 원수처럼 싸우는 블랙 코미디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능력 있는 6두품들이 진골들을 멀리하고 새로운 대안 세력을 찾아 나섰듯, 오늘날 젊은 유능한 인재들은 수구 정당을 멀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지방선거에 나설 인재 부족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진골의 추락이 신라 멸망을 낳음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 개막으로 이어졌듯, 수구 기득권의 추락은 대한민국 새 시대 개막의 전조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부디 이들 수구세력이 작금의 위기 탈출을 위한다며 그 더러운 손을 다시 맞잡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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