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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방이 된 호남 정치, 책임은 정치인에게 있다
    사회 2025. 12. 16. 17:32

     

    민주당 출신 대통령 기념으로 나온 뱃지. 이 중 3명이 영남 출신이다.

    [서드앵글] 내년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장이 누가 될지, 부산시장에 누가 나설지를 넘어 보수의 텃밭인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를 두고도 여러 하마평이 들려온다.

     

    그럼에도 호남은 잠잠하기만 하다. 주목할 만한 출마설도 없고 사람들 역시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 내 호남이 가지는 상징성과 큰 선거에서 보여준 투표 결집력을 생각해 보면 소외 아닌 소외를 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 호남은 민주당의 심장이자, 정권 창출의 필수불가결한 상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배출된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발판 삼아 청와대에 입성했다. 수도권 선거에서의 민주당 우위 역시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결집력이 그 저변에 흐르고 있다는 분석은 정설에 가깝다.

     

    이처럼 '호남의 힘'은 건재한데, 정작 호남 정치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호남의 인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민주당 대권 후보 중 호남 출신은 역대급 패배를 기록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 뿐이다. 그를 제외하면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 모두 영남 출신이었다. 당의 뿌리는 호남에 두고 있지만, 그 열매는 타 지역 출신이 가져가는 형국이다. 최근 들어선 단순히 대권 주자가 없다는 것을 넘어,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중량급 호남 정치인 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당내 호남 정치인 영향력 약화는 지난 몇 차례 총선을 거치며 과거 당의 주류였던 호남계 다선 의원 상당수가 일제히 주변부로 밀려나거나 아예 당을 떠난 영향이 크다 하겠다. 그리고 그렇게 밀려난 인물들 상당수가 비문(비문재인) 내지 비명(비이재명)계의 핵심 인사들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특정 계파의 '호남 학살'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하는데, 이는 냉정히 되돌아 봐야 할 부분이다. 그들이 정말 억울하게 축출당한 것인가, 아니면 자멸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남 정치인들의 몰락은 대세를 읽지 못한 '소인배 정치'의 결과물이라 하겠다. 그들은 김대중(DJ) 정신을 입버릇처럼 외쳤지만, 정작 DJ가 보여주었던 통찰력과 통합의 리더십, 시대를 앞서가는 비전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친문·친명과의 당 주도권 다툼과 공천권 유지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자멸했다.

    당원과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의 흐름을 외면한 채,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 보니 당심(黨心)은 물론 호남의 민심(民心)마저 등을 돌린 것이다.

     

    이쯤에서 보수정당의 정치적 텃밭이라 불리는 영남과 호남을 비교해 볼 필요도 있겠다. 영남에서는 비상계엄 이후로도 이른바 '찐윤'이라 불리는 토호 세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공천장을 거머쥐고 있다. 반면 호남은 총선과 지방선거 때마다 거센 '물갈이'가 이뤄졌다. 그리고 이는 영남과 달리 호남 유권자들이 맹목적인 지지자가 아님을 방증한다. 유권자는 전략적이고 냉철한데, 정치인들이 그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매번 교체당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호남 정치의 위기는 외부의 핍박 때문이 아니라, 호남 정치인 스스로의 잘못된 선택이 초래한 결과다. 선거 때마다 '호남'이라는 든든한 뒷배만 믿고 안주하려 했고,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 채 당권 투쟁에만 매몰되다 스스로 도태됐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호남 정치와 호남 정치인이 다시금 중앙 무대의 중심에 서려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일단 "우리가 남이가" 식의 지역주의에 호소하거나, 피해 의식에 젖어 '호남 홀대론'을 읊조리는 수구적 행태부터 버려야 한다. 대신 그 누구보다 개혁적이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 여의도 문법에 갇힌 정치가 아니라, 혁신을 주도하고 미래 의제를 선점하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지역에 안주하지 않고 가장 날 선 개혁의 칼날을 쥘 때, 비로소 호남 정치가 지역 울타리를 넘어 대한민국을 이끄는 '큰물 정치인'을 다시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탓할 사람은 없다. 오직 스스로 변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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