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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km 던지면 뭐하나, 볼넷에 무너지는데"... KBO 투수가 미국 못가는 이유사회 2025. 12. 23. 16:58

올 시즌 리그 최고 3루수로 활약한 송성문이 KBO를 떠난 MLB로 활동 무대를 옮긴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서드앵글] 한국 야구가 이른바 ‘메이저리그(MLB) 수출 황금기’를 맞이했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에 이어 키움 히어로즈 소속 송성문이 4년 1,500만 달러(한화 222억원)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했다. 아이러니한 부분은 국내 최정상 타자들의 MLB 진출이 일상이 된 것과 달리 투수 쪽으로는 이렇다 할 해외 진출 소식이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2년 전 LG를 떠나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고우석이 있으나, 부상 속 마이너리그만 오갈 뿐 메이저리그 등판은 요원하다.
2000년대 초반 한국프로야구(KBO)는 역대급 위기에 직면했었다. IMF 외환 위기 속 월드컵 개최에 따른 축구 인기 증가까지 겹치며 야구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가 크게 하락했다. 당시 야구 인기 하락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있는데, 야구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 사직구장에 팬보다 쓰레기통이 많더라는 이야기다.
1982년 프로리그 창설 후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 지위를 유지해 오던 한국 야구가 2000년대 초반 위기를 벗어나게 된 결정적 계기에 대해선 2006년 제1회 WBC 4강 진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 등 몇 년간 이어진 국제대회 선전 및 이를 이끈 스타플레이어들의 대거 등장이 꼽힌다.
그리고 당시 한국 대표팀의 전력을 논할 때 첫손에 꼽히는 것이 비슷한 시기 리그에 모습을 보인 젊은 투수들의 존재다. 윤석민(2005년) 류현진(2006년) 김광현·양현종(2007년) 등이 잇따라 데뷔했고 이들이 빠르게 KBO리그 흥행의 핵심이자 국가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위에서 언급된 투수 4인방은 2000년대 들어 잠시 끊겼던 한국 선수들의 미국 무대 진출까지 이뤄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지독한 투타 불균형 현상을 겪고 있다. 타자 대비 투수들의 실력이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으로 국제대회 한 경기를 믿고 맡길 투수가 없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쏟아져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론 미국은커녕 일본 리그에 진출할 만한 투수조차 잘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전성기 시절 KBO리그를 지배하고 MLB에서도 맹 활약한 류현진은 구속에 앞서 제구가 잡힌 완성형 투수였다. 구속이라는 ‘허상’에 매몰된 한국 야구
한국 투수들이 예년 같지 못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과 관련 야구계에선 구속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선수 육성법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장 지도자들과 스카우트 모두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에게만 높은 점수를 주다 보니, 유소년 시절부터 제구력과 기본기보다는 ‘구속 올리기’에만 혈안이 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교 야구 감독 A씨는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제구력은 탄탄한 하체와 코어 근력에서 나온다. 하지만 최근 학생들은 기초 체력 훈련보다는 사설 트레이닝 센터에서 회전력을 높여 구속을 올리는 데만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구에 대한 기본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상체 힘에만 의존하는 투구 품을 익히면 일시적인 구속 상승을 가져올 수 있으나 결국 제구 난조와 잦은 부상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교 졸업과 동시에 미국 무대 직행으로 기대를 모았던 심준석, 장현석 등의 사례가 이같은 선수 육성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은 마이너리그 최하위 단계인 루키 리그에서조차 높은 볼넷 비율과 불안정한 투구 메커니즘으로 고전했다. 한국식 ‘구속 지상주의’ 육성 방식이 세계 최고 무대인 MLB의 표준에 얼마나 미치지 못하는지를 증명하는 뼈아픈 결과였다.
KBO리그에서 활동 중인 투수들만 봐도 구속 집중이 가져온 폐단이 눈에 띈다. 각 팀에 150km 이상 나아가 160km까지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하나 누구하나 과거 선배들보다 나은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 야구계의 선수 육성법이 얼마나 잘못 가고 있는지는 옆 나라 일본과의 차이에서도 잘 드러난다. 과거 한국은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일본과 국가대항전에서도 에이스 투수를 필두로 한 번 해볼 만한 경기를 펼쳤는데 최근와서는 일본이 아닌 대만과 승부조차 쩔쩔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야구계 관계자 B씨는 “일본은 선수 육성에서 완성도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고교 시절 120km대 중반을 던지더라도 정교한 제구력을 갖춘 투수를 에이스로 대우하며 점진적인 발전을 유도했다”며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오타니 쇼헤이가 나오고 다르빗슈 유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같은 선수들이 꾸준히 등장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반면 한국은 140km를 던지지 못하면 프로 입성조차 어렵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며 투수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며 “과거 류현진이 KBO리그를 지배하고 미국에서도 에이스급 활약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 빠른 구속이 아니라 제구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투타 불균형이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다수의 야구인들은 이제라도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야구가 ‘구속 숭배’를 버리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7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내구성과 정신력, 그리고 다양한 구종을 연구하는 탐구 정신이 투수들에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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