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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월가에 길들여졌나… 12만 달러 찍고 ‘나스닥 족쇄’에 갇힌 이유사회 2026. 3. 11. 12:07

[서드앵글] 2025년 10월, 비트코인은 1비트 당 12만 6,000달러를 기록하며 새 역사를 썼다. 2024년 10월 비트코인 가격은 7만 3,000달러 선이었다. 1년 새 가격이 90%가량 오른 것으로 같은 기간 S&P500은 약 15%, 국제 금값도 55% 상승에 그쳤다.
미친 듯한 비트코인 상승률에 투자자들은 환호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2026년 비트코인 20만 달러 돌파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4달여가 지난 2026년 3월 초 비트코인 가격은 6만 7,000달러 선까지 밀렸다.
고점 대비 약 47% 하락한 수치로 연초 대비로는 –23%를 기록 중이다. 2025년 말 3년 만에 처음 연간 마이너스 수익률(-9%)을 기록하더니 새해 들어서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모양새다.
자산 가격의 등락이 자연스러울 수 있으나 그럼에도 이상한 부분이 있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에서 투심을 자극할 만한 각종 호재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수탁기관인 BNY멜론은 모건스탠리의 비트코인 현물 ETF를 수탁기관으로 지정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결제망에 접근하는 역사적 첫 걸음을 땠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보유한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는 250억 달러 가치로 평가된 암호화폐 거래소 OKX에 투자를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은행들이 암호화폐 산업과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과거였다면 이 중 어느 하나만으로도 시장이 들썩였을 법한데 정작 비트코인은 7만 4,000달러 저항선을 잠깐 건드린 뒤 다시 주저앉았다. 이란 전쟁 발발 후로는 시장 불안 심리에 밀려 6만 7000달러대로 후퇴했다. 가격 등락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1,100억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이다.
과거와 너무나도 다른 이 같은 움직임의 원인은 무엇일까? 도대체 무슨 일이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월가는 원하는 것을 얻었고, 비트코인은 월가 논리로 움직이기 시작
답은 역설적이게도 ‘제도권 편입’ 그 자체에 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오랜 세월 갈망해 온 것이 있었다. 기관투자자들의 진입, 월가의 인정, 정부의 합법적 승인. 그 꿈이 2024년 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기점으로 현실이 됐다. 블랙록의 IBIT에는 5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고, 전 세계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부터, 비트코인은 더 이상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탈중앙 자산’이 아니게 됐다.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ETF 운용사들이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방식은 그들이 나스닥이나 S&P500 종목을 보유하는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유동성이 줄어들면 팔고, 금리 기대가 꺾이면 팔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 판다.
현재 비트코인과 나스닥의 상관계수는 약 78%에 달한다. 이란 분쟁이 격화되자 기술주가 흔들렸고, 비트코인도 함께 흔들렸다. 제도권 진입이라는 오랜 목표가 달성되는 순간,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아니라 고베타(high-beta)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한 가상화폐 분석 채널에 출연한 시장 분석가는 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세가지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첫째,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유입량. 둘째, 크립토 네이티브 투자자들의 위험 노출 정도. 셋째, 기업과 기관의 디지털 자산 재무 편입 수요(DAT, Digital Asset Treasury)다. 이 세 가지 지표가 동시에 매수 방향을 가리킬 때 비로소 본격적인 상승장이 열린다고 그는 진단하며, 지금은 셋 중 어느 하나도 명확하게 방향을 가리키지 못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공포 속에서도 조용히 쌓이는 것들
그렇다고 시장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온체인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현재 6만 달러에서 7만 2,000달러 사이 구간에 40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이 축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단순한 가격 지지선이 아니라,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한 대규모 매집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시장이 패닉 셀(panic sell)에 빠졌던 과거의 하락장과는 결이 다르다.
기업들의 행동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Strategy, 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 3월 초 3,015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했다. 총 2억 440만 달러, 평균 매입 단가 6만 7,700달러. 가격이 고점 대비 절반 수준까지 빠진 상황에서도 추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JP모건은 이런 대형 기관의 지속적 보유가 시장에 ’신뢰신호’를 보내며, 향후 반등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2월 말 6만 2,920달러까지 밀렸던 비트코인이 며칠 만에 6만 5,000달러 선을 회복했다. 당시 하락을 틈타 추가 하락에 베팅했던 숏 포지션들이 강제 청산되면서 단기 반등이 나오기도 했다. 시장의 레버리지가 어느 정도 소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대형 투자은행들의 목표가는 여전히 상승장을 가르키고 있다.
씨티그룹은 2026년 비트코인이 14만 3,000달러에서 최대 18만 9,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물 ETF를 통한 최대 150억 달러의 신규 자금 유입 가능성이 핵심 근거다. JP모건은 시장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경우 최대 17만 달러를 전망했고, 스탠다드차타드는 보수적으로 10만 달러를 연말 목표로 제시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상승 재료는 세 가지다.
첫째, ETF를 통한 기관 자금의 지속적 유입. 둘째, 미국 의회의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 통과 가능성. 셋째,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기조 전환이다.
여기에 대해 씨티리서치 앨릭스 샌더스 애널리스트는 “규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기관투자자 참여가 한층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하락 리스크도 존재한다. 씨티그룹은 시장 변동성 확대 시 비트코인이 7만 8,000달러 선까지 조정받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재 기술적 분석 관점에서의 지지선(6만 달러)과 저항선(7만 2,000~7만 5,000달러) 사이에서 방향성을 탐색하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두 개의 비트코인 이야기
현재 시장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비트코인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다.
하나는 단기 트레이더들의 하락 전망이다. 매크로 불안, 달러 강세, 금리 기대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월가에서 비트코인은 그저 나스닥과 함께 오르내리는 고위험 자산이다. 7만 4,000달러 저항선을 넘지 못하는 한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다른 하나는 구조적 투자자들의 상승 전망이다. 공급은 2,100만 개로 영구히 제한돼 있고, 반감기 이후 채굴 보상은 절반으로 줄었다. ETF라는 새로운 수요 통로가 열렸고, 기업들은 재무제표에 비트코인을 편입하고 있다. 이들은 6만 7,000달러가 비트코인 축적의 기회라 말한다.
어느 전망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한가지는 분명하다. 비트코인이 더 이상 소수의 이상주의자들이 꿈꾸던 탈중앙 자산이 아니라, 월가 포트폴리오의 일부이자 기업 재무의 일부, 국가 전략 자산 논의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전통 금융의 논리를 내면화했다.
성숙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타협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비트코인이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월가와 함께 웃고, 월가와 함께 떨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조용히 쌓이는 것들이 있다. 시장은 언제나 공포 속에서 다음 사이클의 씨앗을 뿌려왔다.
※ 본 칼럼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가상자산 투자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으며,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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