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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아지는 것"... 유시민 신작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사회 2026. 3. 31. 21:25

[서드앵글] 작가 유시민이 2026년 봄, 또 하나의 ‘기록’을 세상에 내놓았다. 지난 25일 출간한 그의 신작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는 한 인물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복원하는 구술 자서전이다.
이 책은 1975년 인민혁명당 사건 희생자의 아내, 강순희 여사의 증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유시민은 저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로는 ‘기록자’에 가깝다. 책은 “강순희 말하고, 유시민 듣다”라는 구조로, 한 개인의 생생한 육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강순희의 삶은 곧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다. 평안도에서 태어나 만주와 평양을 거쳐 한국전쟁 피난을 겪고, 남한에 정착한 뒤 평범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남편 우홍선이 인혁당 사건으로 체포되며 모든 것이 무너졌다. 대법원 판결 하루 만에 집행된 사형. 이후 재심에서 무죄가 밝혀졌지만, 그 사이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다.
책은 이 비극을 단순한 사건이 아닌, 한 가족의 붕괴와 재건의 과정으로 풀어낸다. 특히 이 책의 핵심은 제목에 모두 담겨 있다.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살아간다가 아닌 살아집디다란 이 문장을 통해 강순희 여사는 자신의 지난 삶을 정리했다.
의지로 버틴 삶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힘에 의해 ‘밀려 살아진 삶’이라는 고백인 것이다. 실제로 책은 남편의 억울한 죽음 이후에도 네 자녀를 키우고, 진실을 증언하며, 민주화운동의 흐름 속에서 살아낸 시간을 담았다.
유시민 작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운명이다’ 이후 오랜만에 선보인 자서전 계열 작업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해석을 최소화하고 화자의 목소리를 최대한 보존하며 개인의 기억을 역사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방식은 이 책을 단순한 에세이가 아닌 증언 문학이자 구술사 기록으로 만들었다.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의 가장 큰 힘은 거대한 역사 대신 ‘개인의 감정’을 통해 사건을 전달한다는 점이다. 사건은 통계와 기록으로 남았고, 이 책은 남겨진 가족의 삶과 감정 그리고 시간을 담았다. 국가 폭력이 남긴 상처가 얼마나 깊고 오래 지속되는지를 한 여성의 생애를 통해 체감하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은 정치적 논쟁을 위한 텍스트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이념과 시대를 넘어 “인간은 무엇으로 버티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는 억울한 죽음과 긴 세월의 고통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한 사람의 기록이며, 동시에 사랑이 인간을 어떻게 지탱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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