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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견종 백과] 칭기즈칸의 정복길 함께한 몽골 초원의 수호자 ‘방카르’반려동물 2026. 2. 19. 11:47

[서드앵글] 끝없이 펼쳐진 몽골의 스텝 지역, 게르(Ger) 앞을 지키는 거대한 검은 개 ‘몽골리안 방카르(Mongolian Bankhar)’. 일명 ‘방카르’라 불리는 이 개는 눈 위의 밝은 반점 때문에 마치 네 개의 눈을 가진 것 같다 하여 ‘네눈박이(Four-eyed Dog)’라 불리기도 한다. 몽골인들은 방카르가 낮에는 두 눈으로 늑대와 표범을 쫓고, 밤에는 눈 위의 반점으로 나쁜 영혼을 감시하며 가족을 보호한다고 믿어왔다. 겨울철이면 평균 영하 30도에 이르는 초원의 혹한을 견디며 몽골의 역사와 영적인 세계를 이어온 수호견이 바로 방카르다.
몽골리안 방카르의 역사
방카르는 특정 품종이라기보다 수천 년간 몽골의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며 형성된 '재래종(Landrace)'에 가깝다.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방카르는 모든 가축 보호견(LGD)의 조상 격인 고대 품종으로, 지리적 고립 덕분에 유전적 순수성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몽골 제국 시절 방카르는 칭기즈칸의 군대와 함께 전장을 누비며 그 명성을 세계에 알렸다. 또한 13세기 동방을 여행한 마르코 폴로가 이들의 용맹함에 매료되어 베니스로 돌아갈 당시 한 마리를 데려갔다는 설화도 남아 있다.
그러나 20세기 초 몽골이 공산화되는 과정에서 방카르는 큰 수난을 겪었다. 유목민 강제 정착 과정에서 많은 수의 방카르가 사살되거나 가죽 코트용으로 희생되는 비극을 맞이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몽골리안 방카르 프로젝트(MBDP) 등을 통해 방카르를 유목 문화의 상징이자 몽골 역사의 일부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몽골리안 방카르의 특징
방카르라는 이름은 몽골어로 '통통하고 털이 복슬복슬한'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름만 보면 귀여운 모습이 연상되지만, 실제로는 강인하고 민첩한 전사에 가까운 외형을 가졌다.
방카르를 대표하는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네눈박이’다. 눈 위에 두 개의 오렌지색 반점이 있어 눈이 네 개처럼 보이는 것으로, 몽골인들은 이 '제2의 눈'이 영적 세계를 들여다보고 나쁜 기운이나 귀신을 쫓아준다고 믿는다.
또한 방카르는 덩치에 비해 식사량이 매우 적은 편이다. 척박한 초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은 칼로리로도 장거리를 이동하고 맹수와 싸울 수 있는 효율적인 신체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주로 가축의 부산물이나 스스로 사냥한 작은 동물을 먹으며 생존한다.
방카르는 흔히 목양견으로 분류되지만, 양을 모는 일반적인 목양견과는 역할이 다르다. 이들은 가축 무리 속에 섞여 지내며 포식자의 접근을 막고 보호하는 ‘가축 보호견’의 임무를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큰 소리로 짖어 존재감을 알리고, 배설물 등으로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쳐 늑대의 접근을 차단한다.
한편 방카르는 '티베탄 마스티프(사자개)'와 혼동되기도 하는데, 두 견종 사이에는 유전적·신체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있다. 티베탄 마스티프가 훨씬 무겁고 털이 화려하다면, 방카르는 더 가볍고 날씬하며 활동적인 근육질 체구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무분별한 교잡으로 방카르 특유의 본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해 순종 방카르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몽골 유목문화와 방카르
몽골 유목민들에게 방카르는 이름을 부여받는 유일한 동물일 정도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유목민의 거처인 게르에 접근할 때 "개 잡으시오!(Nokhoigo khorio!)"라고 외치는 것이 기본적인 예절일 만큼, 방카르는 게르와 가축을 지키는 핵심적인 존재다.
또한 몽골인들은 개가 죽으면 다음 생에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방카르가 죽으면 다음 생에 꼬리 없는 인간으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꼬리를 잘라 머리 밑에 베개처럼 괴어주고, 사람의 발에 밟히지 않도록 산꼭대기 등 신과 가까운 곳에 묻어주는 고유한 장례 문화를 지켜오고 있다.

한국에서의 ‘몽골리안 방카르’
한국에서 방카르는 아직 대중적인 견종은 아니다. 다만 몽골과의 교류가 활발해진 2010년대 중반 이후, 몽골 현지를 방문했다가 이들의 용맹함에 매료된 애견인들이 직접 개체를 도입하거나 관련 프로젝트를 통해 소수 유입되고 있다.
최근에는 귀농·귀촌하는 반려인 중 일부가 멧돼지나 고라니 등 야생동물로부터 가축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진돗개보다 큰 체구와 담력을 갖춘 방카르를 선택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유입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방카르와 같은 대형견을 파양하거나, 제대로 된 울타리 없이 키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방카르는 야생성이 강한 견종이므로 철저한 사회화 교육과 통제 능력을 갖춘 숙련된 보호자만이 사육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려 시 주의점 및 건강 관리
방카르는 야생성이 강한 재래종이기에 일반적인 아파트 환경에서의 사육은 권장되지 않는다.
우선 방카르는 독립적 성향이 매우 강하다. 보호자에게 충성스럽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성향이 강해, 무조건적인 복종 훈련보다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 형성이 중요하다. 또한 광활한 초원을 누비던 견종인 만큼 넓은 활동 공간이 필수적이다. 가두어 키우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혹한을 견디기 위한 촘촘한 이중모를 가졌기에 털 빠짐이 매우 심하다. 정기적인 빗질이 필수이며, 더위에는 취약하므로 여름철 온도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아울러 야간에 가축을 지키던 본능으로 인해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짖을 수 있으니, 도심지나 밀집 주거 지역에서는 소음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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